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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4 03:21 (1561)   사랑과 미움

                           ‘칼 메닝저’의 사랑과 미움

 

                                    박진생(정신과전문의, 전 한국전문심리치료원 주임교수)

 

 

칼 메닝저 박사는 미국에서 가장 저명했던 정신과의사이자 정신분석가 중의 한분이다. 지금은 비록 고인이 되셨지만, 그가 그의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세운 정신과 병원인 ‘메닝저 클리닉’은 오늘 날 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10대 정신병원에 손꼽힐 정도로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나는 비록 칼 메닝저 박사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신과의사가운데 한 분이자, 나에게 정신과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심어준 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의과대학 시절에 그 분이 지은 책을 읽고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과 미움(Love Against Hate)’ 은 메닝저 박사의 또 다른 책 ‘자신을 해하는 자(Man Against Himself)' - 여기에서 그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중독과 같은 행동을 ’만성자살‘이라고 명명하였다 -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첫 부분은 ‘어린이의 실의’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부모는 당연히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모의 무지 때문에 또는 부모 자신이 사랑받지 못했거나, 오히려 상처받고 자란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을 힘들게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아이들은 실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실의에 빠진 아이가 자라서 또 다시 자신의 아내나 자신의 아이들을 힘들게 할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즉,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받으면서 실의에 빠져서 자라게 된다. 아이는 어느 덧 성인이 되지만, 그가 받은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제대로 아내를 사랑할 수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아내는 어린 시절에 자신에게 실의를 안겨준 어머니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남편의 무관심이나 학대 때문에 다시 실의에 빠지게 된다. 실의에 빠진 아내는 남편을 미워하게 되고, 이러한 남편에 대한 적개심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투사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다시 이 세상을 미워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히틀러가 나오고, 유영철과 같은 살인마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칼 메닝저는 이것을 ‘악순환의 고리’라고 정의했다.

 

결국 이 세상을 구원하고 전쟁을 막고, 파괴를 막는 길은 어린이가 실의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하고, 어머니가 절망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지구는 원자폭탄이 아닌 ‘어린이의 좌절과 어머니의 절망’ 때문에 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불행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칼 메닝저 박사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적이던 정신적이던 간에 스스로 땀 흘리면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이 일 만하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놀이(레크리에션)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제시한 해결책은 ‘믿음’이다. 여기에서 칼 메닝저는 ‘종교와 영성’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그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러한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교육’의 중요성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물론 이 사랑에는 ‘남녀 간의 진실된 사랑’뿐만 아니라 ‘부부사이의 건강한 사랑’-칼 메닝저는 부부 간의 건강한 성생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 그리고 보다 ‘보편적인 인류에 대한 사랑’, 여기에는 예수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심까지도 포함된다. 그는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 있는 이유는 아직 우리에게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결론 지었다.

 

 

 

거식증(Anorexia Nervosa) - 코리아 타임즈 2013년 1월 18일자에 실린 글
위기가 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