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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 11:39 (1857)   아프리카 원숭이 사냥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병폐를 목격할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가장 순수하고 깨끗해야 할 결혼마저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오염되는 것을 볼 때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상대방이 부자여서 돈을 보고 결혼하려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돈 때문에 결혼했다가 바로 그 돈 때문에 상처받는 결혼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라는 동안 가난했다거나 돈이 없어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런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나는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어린 시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적이 있다.

 

“일제시대가 막바지에 다다랐던 1945년경이었단다. 우리 마을은 남쪽 해안가에 있는 섬이었는데, 모리시마라는 일본인 경찰서장이 있었지. 그놈이 어떻게나 악랄하던지, 조선 사람들치고 그놈에게 당하지 않은 이가 없었어. 죄 없는 사람을 가두었다가 뇌물을 주면 풀어주곤 했거든. 아마 그렇게 모은 재산이 엄청났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일본이 항복을 하게 되니까 후환이 두려웠는지 부랴부랴 짐을 챙겨 달아나려 했단다. 그런데 어디 얻어 타고 갈 배가 있어야지. 간신히 경찰서장인 모리시마와 세무서장, 그리고 세 명의 일본인 유지들이 힘을 합쳐서 겨우 배를 한 척 전세냈지.”

 

“그래서 할머니, 그놈들이 모두 무사히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조바심이 나서 나는 할머니에게 바짝 다가앉으면서 물었다.

 

“마침 배가 떠나는 날은 깜깜한 그믐날 밤이었지. 일본인 유지 다섯 명과 그 식솔들을 합치니까 열다섯 명쯤 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갓난아기를 업은 모리시마의 며느리도 있었어. 경황없는 그 와중에 모두 큰 가방을 하나씩 들었는데. 그 안에는 지폐와 금은붙이들이 꽉 차 있었다지 뭐냐.”

 

일본인 가운데 배를 몰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우리 선원 네 명을 고용했다고 한다. 그들은 일행을 일본까지 무사히 데려다주고 큰돈을 받기로 했었다. 칠흙 같은 어둠을 가르면서 배가 출발하자 일본인들은 모두 안도했다. 이틀 후면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에 동네 사람들 사이에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바다 한복판에서 네 명의 선원들이 갑자기 시퍼런 칼과 도끼를 든 강도로 변해서 열다섯 명의 일본인들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잔인하게 죽였고, 그 시체를 모두 바다 속으로 던져버렸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베일에 싸일 뻔했는데, 네 명의 선원들이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공을 주장하며 더 많이 가지려고 해서 싸움이 나 드러나게 되었다. 급기야는 그중의 한 명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밤마다 귀신에게 쫓기는 꿈을 꾸다가 정신이 돌았고, 결국 목을 메어서 자살하고 말았다.

 

나머지 세 명은 뿔뿔이 헤어져서 객지로 나가 살았는데, 그 많던 재산도 잠시뿐 나중에는 날품팔이나 막노동으로 어렵게 살아갔다고 한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들의 자식들 가운데서 정신이상이나 불구자가 많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돈’과 ‘도(道)’와 ‘도는 것’ 사시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도인(道人)이 될 수 있지만 돈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면 정신이 이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돈에 대한 욕망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프리카의 원숭이 사냥이 생각난다. 그곳에서는 원숭이 사냥을 할 때 단지 모양의 작은 항아리를 사용한다.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만한 주둥이의 단지 속에 먹이를 넣어두면, 원숭이는 그 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먹이를 움켜쥔다. 그러면 주둥이가 좁아 손이 빠지지 않는데, 손에 쥔 먹이만 놓으면 빠져나올 수 있건만 원숭이는 먹이가 탐이 나서 놓지 않기 때문에 사냥꾼의 손에 잡히고 마는 것이다.

 

어찌 미련한 것이 원숭이뿐이겠는가.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질지라도 인간의 욕망은 다 채울 수 없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지나간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
타임아웃의 함정을 피하라